'요리의 맛' 과 '공정'은 어디가고 창의성의 가치는 왜 사라졌나?
* 블로그의 내용은 넷플릭스 프로그램 '흑백요리사'의 스포가 있을 수 있으므로 아직 시청하지 않은 분이라면 읽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요리 서바이벌 예능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최종회가 10월 8일 공개되면서 우승자가 공개됐다.
'흑백요리사'는 10월 9일 현재 3주 연속으로 넷플릭스 비영어권 시리즈물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많이 시청된 작품에 올랐다. 즉 넷플릭스에 공개된 이후 첫째 주 380만 '시청수'(Views·시청 시간을 재생 시간으로 나눈 값) 둘째 주 490만 시청수 셋째 주 400만 시청수를 기록했다.
'흑백요리사'는 1화부터 기존의 요리 프로그램 패러다임을 완전하게 뒤엎는 내용으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요리사를 백수저와 흑수저로 나눈 계급구도 그리고 심사위원을 맡은 백종원 안성재 셰프가 눈을 가리고 음식의 맛만으로 승부를 가린다는 의도가 참신했기 때문이다.
블라인드 요리평가는 객관성, 공정성, 합리성이라는 세 마리의 토끼를 잡으면서 '흑백요리사'가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는데 결정적인 기여를 했다.
흑백요리사의 대결을 우리 사회로 대입시켜 보면 백수저는 이미 사회에서 자리 잡은 기성세대를 그리고 흑수저는 사회에서 아직 인정받지 못해 네임벨류조차 없는 젊은 세대 혹은 언더독을 떠올리게 된다. 그래서 이 프로그램을 시청하는 젊은 층들은 대부분 흑수저를 응원했다고 한다.
백수저와 흑수저의 대결에서 패배하면 깨끗이 인정하고 심사결과에 승복하는 모습은 '공정'이라는 측면에서 공감을 불러일으켰다.
맛으로만 승부한다더니, 인기투표로 방출?
그런데 이 '공정'이라는 절대적인 기준은 이른바 팀전에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팀구성이 끝나고 요리주제가 정해지자마자 각 팀에서 가장 필요 없을 것 같은 사람을 팀원들이 방출하는 장면이 연출된 것이다.
팀전에서 세 명의 셰프들이 방출되었는데 백수저 안유성 셰프는 자신의 의사와 전혀 상관없이 그대로 방출되어서 탈락 후 룰이 더 공정했으면 한다는 점과 서운했다는 사실을 밝혔다.
방출된 세 사람 즉 안유성, 만찢남, 철가방요리사는 다른 팀이 네 명인데 비해서 한 명이 적은 세 명이라는 인원으로 팀전을 치러야 했다. 사실상 공정의 가치가 이 장면에서 무너진 것이다.
요리의 맛과 공정이라는 최고의 가치를 상실하는 순간이었다.
두 번째 잘못된 기획은 8강전에서 바로 최종전에 진출한 나폴리맛피아와 요리지옥을 통해 두부를 재료로 7번의 승부를 거쳐 최종전에 진출한 에드워드 리의 최종전 진출과정이 결코 공정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요리지옥을 통해 치열한 승부 끝에 최종전에 진출한 에드워드 리의 과정은 나폴리맛피아의 최종전 진출에 비해 몇 배나 더 힘들고 험난했다.
차라리 요리지옥을 거쳐 최종적으로 남은 두 사람이 최종전에서 대결하는 편이 더 공정하고 멋졌을 것이다.
'흑백요리사'의 최종전까지 모두 종료되었다. 흑수저는 이제 본인의 이름을 공개하게 되었는데 그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그에 비해 자신의 이름이 '균'임을 밝힌 에드워드 리의 창의력과 요리하는 철학은 시청자들에게 깊은 공감과 감동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이제 '흑백요리사'의 기획자와 연출자는 시청자들의 반응들을 제대로 살피리라 생각한다.
오랜만에 넷플릭스에서 우리가 만든 좋은 프로그램을 볼 수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행복했다고 말한다.
요리의 맛과 공정이라는 '흑백요리사' 최고의 가치를 다시 한번 실현해 줄 '흑백요리사' 시즌2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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